청론/자신을 돌아보는 휴가문화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많은 사람들은 휴가기간동안 일상의 탈출을 꿈꾼다. 혼자 떠나든, 친구나 가족과 떠나든 여행지에서 아늑한 휴식을 원하며 새로운 재충전의 시간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올 여름 떠날 휴가지에서 그런 꿀맛같은 휴식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이름난 여행지에 온통 사람들이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휴가란 말 그대로 일에서 떠나는 것이다. 일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일에서 벗어나 그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정리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는 피서지의 휴가는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부지런히 승용차를 몰아 여행지로 가는 것도 휴식보다는 일에 가깝고, 열심히 다리품을 팔아 바다 전망이 좋은 자리에 파라솔을 치는 것도 일의 연장이다.

샤워장 앞에서 긴 줄을 기다리는 것도 귀찮은 일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주량보다 조금 더 마신 술을 깨는 것도 힘든 일이다. 이런 현실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진정한 휴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소문난 관광지를 피해 농촌과 어촌, 산촌 체험을 계획하기도 하고, 산사에서 마음의 수행을 하며 지내는 사람들도 있으며, 휴가기간 동안 불우한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그 아까운 휴가기간을 모두 사용한다는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발걸음은 우리의 휴가문화를 휴식의 문화로, 그리고 진정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으로의 휴가문화를 앞당길 것으로 믿는다.

물론 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휴가를 원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적당한 장소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를 대비해 새로운 여행 문화가 필요하다며, 농촌과 산촌을 휴가로 보낼 적당한 장소로 만드는 일도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월드컵 때 실시한 템플스테이도 자신을 돌아보는 휴가로 안성마춤이다. 그러나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에 쉽게 접근하게 할 이런 노력도 한 해나 두 해쯤 지나야 그 결실이 보일 것이다.

이번 휴가기간 동안 당장 자신을 돌아보는 휴가를 원한다면 남들보다 조금 더 다리품과 머리품을 팔아야 한다. 우선 현란한 불빛이 없는 곳에서 숙소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농촌과 산촌의 민박은 친구들과의 여행뿐 아니라 가족과의 여행에 더욱 좋다. 이름나지 않은 섬지역의 민박도 좋다. 이런 곳에서는 현란한 불빛대신 까마득한 전설처럼 되어버린 은하수의 아름다움이 여행자를 반긴다.

칠흑 같은 어둠에 가끔 반짝거리며 시냇가 위를 나는 반딧불이나 아늑한 밤바다의 잔잔한 파도도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민박집 아주머니의 구수한 사투리와 넉넉한 인심이 아이들에게 더할나위없이 좋다.

산사의 수련법회 동참이나, 작은 암자를 찾는 템플스테이도 해볼만하다. 머물기 적당한 산사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물어물어 찾는다면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 산사에서 음악보다 감미로운 바람소리 풀벌레 소리로 마음을 채운다면 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어쩌면 저절로 될 일이다.

휴가를 보내면서는 한번만이라도 글을 쓰길 권한다. 일상을 떠난 자유로운 마음에서 누구에게든 글을 쓰자. 친구라도 좋고 아이들은 선생님께 보내는 안부 편지라도 좋다. 가족 서로에게 보내는 글도 좋다. 특히 가족에게 보내는 글은 마음에서 나온 여유있는 글이, 가족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휴가에서 느낀 마음을 글로 적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망각의 동물인 사람은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을 통해 많은 느낌을 갖았다 하더라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 순간부터 휴가에서 찾은 소중한 느낌을 하나둘 잊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 느낌을 적어 놓고 가끔씩 들춰본다면 그때의 마음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정리하게 된다.

2002. 7. 22  구동관 충남농업기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