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목일출과 서산, 마음을 채우는 여행... (2/3)

 

 

 

 

 왜목..모닥불에서...

 마애삼존불, 백제의 미소

계곡에서 미끄럼타기...

 

 3. 왜목의 일출, 마음에 채우는 빛줄기...

  7시를 넘기고 우리가족도 서서히 바다로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우선 현석이 다솜이, 그리고 조카들을 깨웠습니다. 졸리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기 싫다는 투정을 잠시 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출발전부터 해뜨는 모습을 보러 오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그 투정이 길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차안에서 나갈 준비를 하고 옷을 단단히 챙겨 입었습니다.

준비를 마친 후 우리는 잠시 차에서 머물며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선잠을 잔 상태에서 일어나자마자 추운 밖으로 나가면 자칫 감기에 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때에는 우선 잠을 깨우고 어느 정도 정신이 들 때까지 차에서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차안에서 저와 아내 그리고, 대학에 다니는 조카는 미리 준비해간 뜨거운 커피를 마셨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딱 한모금씩 커피를 마시도록 했습니다. 다른때에는 아무리 졸라도 커피를 주지 않지만 선잠을 깨고 난 후여서 추위를 조금 가시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자. 이젠 바다를 보기 위해 출발입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다른 사람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는 길로 따라 갔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 가족과 마찬가지로 다들 부시시한 모습입니다. 10분을 채 걷지 않았는데 바다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일출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일출을 조금이라도 잘 보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건물 옥상에 올라가 있기도 하고, 일부는 그리 높지는 않은 산 중턱에까지 올라가 있었습니다.

우리도 일출이 잘 보일 것 같은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바로 앞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야산인 석문산은 해발 80m의 조그만 야산입니다. 우리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일출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일출을 기다리고 있을 때 산 뒤쪽에서 소란한 엔진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곳에는 야외용 선풍기 날개와 같은 것을 장치한 패러글라이딩이 날고 있었습니다.

왜목마을 방문을 환영한다는 글귀와 새해 복많이 받기를 기원하는 글귀도 적혀 있었습니다. 일출여행에 온 사람들을 위해 당진군에서 준비한 이벤트였습니다. 그 패러글라이딩은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주위를 몇바퀴 돌고 바다로 나가 몇번 오르내리기를 하다가 돌아갔습니다. 패러글라이딩의 출현은 일출을 기다리며 잠시동안에 볼거리를 제공해 주어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엔진 소리가 사라지고 난 뒤 바다는 다시 고요함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요한 바다에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동해의 일출과는 달리 서해의 부드러운 일출이 시작된 것이지요. 동쪽하늘에 희미한 붉은 빛이 생겨나더니, 차츰 넓게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일출이 시작된 곳은 바다 저 멀리에 서있는 산 뒤쪽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붉은 기운이 확 퍼지며 살짝 새해의 일출이 솟아오고 있었습니다. 이곳 저곳에서 박수와 환호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첫 얼굴을 내민 새해의 첫 해는 빠른 속도로 산 위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젠 그 빛이 바다를 환하게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바다에 반사된 빛줄기들은 어느 순간 우리에게 달려들어 눈을 부시게 만들었습니다. 일출을 보면서 소원을 빌기로 한 현석이와 다솜이의 얼굴에도 그 햇살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왜목의 일출에서는 동해의 일출과 다른 맛이 있었습니다. 처음 산을 너머 나오는 일출의 모습에 바다로 나오는 일출이 아닌 것 같아 조금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일출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멋이 느껴졌습니다. 처음부터 바다로 반사되는 그런 일출이 아니고, 우선은 아주 다소곳한 모습으로 수줍음을 머금고 천천히 얼굴을 내밀다가, 완전한 둥근 모양을 갖추고 나서 바다를 비추면서 쏟아내는 빛 줄기. 이게 바로 왜목만의 특별한 일출이었습니다.

어느곳의 일출이든 일출의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이미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서둘러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일출여행이 무엇인가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일출을 본다는 것은 해뜨는 장면을 보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해뜨는 것을 기다리고, 해 뜨는 것을 보면서 그것을 눈에만 담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출을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아야 하는 것 입니다.

우리가족은 일출을 배경으로 사진 몇장을 찍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거슬러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바다는 햇살을 받아 쳐다볼 수 없을 만큼 반짝였습니다. 바닷가 곳곳에는 일출을 기다리는 동안 추위를 달래려 피워둔 모닥불들이 아직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며 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족은 그중의 한 곳으로 가서 불을 쬐며 추위를 달랬습니다. 현석이와 다솜이는 그동안 무척 추웠는지 아주 불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불을 쬐었습니다.

잠시 모닥불에 몸을 녹이며 올 한해 해야 될 일들과 우리가족에 대한 염원들을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일출여행에 나선 사람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아무래도 소원으로 비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의 건강일 것입니다. 지난번 간절곶 일출을 보았을 때도 아이들에게 일출을 보면서 소원을 빌도록 했는데 다음에 무엇을 빌었는지 물어보니 현석이와 다솜이도 가족의 건강을 빌었다고 하더라고요.

자. 이젠 우리도 왜목에서 돌아갈 시간입니다. 해는 벌써 수평선에서 서너뼘 넘게 올라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일출여행객들은 이미 돌아간 후 였습니다. 우리는 차로 돌아와 다음 일정을 위해 서산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우리는 국도변의 한 휴게소에서 국밥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마애삼존불로 찾아 갔습니다.

 

 4. 서산 마애삼존불, 그리고 미소

  국가 지정 문화재 국보 84호인 마애삼존불은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의 가야산 자락에 위치  하고 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5분 정도만 올라가면 조그만 암자가 있고 그 암자 바로 옆쪽으로 백제의 미소로 잘 알려진 마애삼존불이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가 삼존불에 도착했을 때 그곳을 안내하시는 분의 설명이 시작되었습니다.

만들어진 시기와 역사적인 가치, 그리고 조명에 따라 변하는 미소를 체험할 수 있도록 인공조명을 비추며 자세한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빛이 변할때마다 삼존불은 새로운 모습, 새로운 미소 였습니다. 같은 부처님이 어쩌면 그렇게 다양한 미소를 보여줄 수 있는지 저뿐 아니라 아이들도 감탄의 연발이었습니다.

인간은 자연을 닮게 됩니다. 그림과 조각등 예술품들도 자연을 닮고, 자연을 닮은 인간도 함께 닮게 됩니다. 마애삼존불을 보면서 그 조각을 완성한 주인공을 생각해 봅니다. 그 백제인은 온화하면서도 낭만적인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특히 빛을 받을 때 변화하는 미소까지를 조각한것은 손재주로 이룬 것이 아니고 마음의 재주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마애삼존불의 그 아름답고 온화한 미소를 가슴에 간직하고 돌아 나왔습니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면서 우리 일행은 차로 갈 생각은 없이 꽁꽁 얼어붙은 계곡으로 내려갔습니다. 맑은 계곡물이 얼어서인지 바닥이 휜히 보일 정도의 깨끗한 얼음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미끄럼을 즐기느라 신이 났습니다. 다솜이가 쪼그리고 앉더니 엄마에게 끌어달라고 했습니다. 현석이는 계곡 아래쪽으로 계속 내려가다가 얼음이 살짝 얼은곳에서 그만 얼음이 깨져 발을 적시더니 속상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즐거운 표정으로 돌아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홈으로

 여행기 목록으로 이동합니다....여행기 목록으로

 yell3_4.gif이전으로

yell3_5.gif 다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