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 진동계곡과 운두령...2001 여름 여행 (3/4)

 

방동약수에서...

 방동약수...

운두령 정상에서...

이승복 기념관

 이승복이 다니던 학교

산마을 풍경 화롯불 앞에서

 

3. 운두령을 지나 산마을 풍경으로...

아침에 눈을 떠보니 하늘이 흐려 있습니다. 어제 자만으로 이야기한 "우리 가족은 여행운은 좋다"가 마음에 걸립니다. 최화백님과 우리가족의 여행이야기를 하면서 우린 여행운이 좋아서 비도 잘 맞지 않는다며 입방정을 떨었었거든요. 사실 우리가족은 날씨탓에 여행을 가지 못한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날씨가 좋았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날씨를 탓하며 여행을 미룬적이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옛 어른들은 좋을수록 자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행운이 좋은것도 그저 마음에만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짐 정리를 할 때 빗줄기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막상 떠날때가 되니 더 굵은 빗줄기가 되었습니다. 떠나겠다고 최화백님과 사모님께 인사를 하러가니 최화백님이 책한권을 주셨습니다. 이년전 출판한 "흙에서 일구어낸 작은 행복"이란 책이었습니다.

나올때는 민박에 오는 분들이 너무 먼길을 걸어와 불편하다면서 전날 급히 춘천까지 나가 사오신 보트로 최화백님이 우리를 태워 건네 주셨습니다. 전날 사온 보트인데 금새 조정하는 솜씨가 늘으셔서 여러해 배를 끈 뱃사공 같은 솜씨 였습니다. 하늘밭 화실을 나오고 나니 굵었던 빗줄기가 좀 잠잠해 졌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승용차로 10여분 거리가 채 안되는 방동 약수로 갔습니다. 한국의 100대 명수에 포함되어 있다는 방동약수는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아 아직 한적했고, 민박집 몇 채와 식당 두어 곳 있을 뿐이었지만 전체적으로 좀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약수를 몇 번 마셔본 적 있는 현석이와 다솜이는 약수에 입도 대지 않으려고 했지만 몸이 튼튼해진다는 이야기에 억지로 한모금씩 마셨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약수를 마시고, 작은 물통에 약수 한 병을 받아 내려왔습니다.

방동약수를 내려와 방태산으로 향했습니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에서 한나절 물놀이를 즐길 생각이었습니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에서는 산림휴양관 까지 들어가서 그곳 작은 폭포 아래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물놀이를 하러 들어간 현석이와 다솜이는 어제 갈터에서의 물놀이 처럼 금새 입술이 파래지며 한기를 느낍니다. 다솜이는 추워서 못들어 가겠다면 물밖으로 나와서 놀았습니다.

하늘밭에서 늦게 출발하였기에 금새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어제 점심과 마찬가지로 또 컵라면 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미리 준비해간 버너로 물을 끓여 그 물로 컵라면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물론 컵라면도 준비를 해갔었고요. 점심식사를 다 마쳤을무렵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 2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것이 좀 억울했지만 서둘러 다음예약지인 산마을 풍경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산마을 풍경으로 가는길에 집사람과의 결혼후 첫 여름휴가에 다녀갔던 미산계곡을 들렸습니다. 미산계곡은 내린천 계곡의 한 부분으로 10년 전만 해도  길이 연결되지 않은 곳 이었습니다. 그때 집사람과 저는 이틀동안 그 계곡을 따라 걸으면서 사람은 땅꾼 두명만을 만난 경험이 있는곳이었습니다.

미산계곡을 차로 넘어가며 지난 세월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비포장이거나 아예 길이 없었던 그곳에 길을 만들면서 모양이 많이 바뀐 것 같았습니다. 사십분정도 그렇게 계곡을 따라가다보니 다시 국도와 만났습니다.

운두령고개로 오르는길에 길을 막아서는 구름이 보입니다. 흐릿한 구름과 진한 구름이 번갈아 나오더니 어느새 굵은 빗줄기입니다. 운두령정상의 정자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쉬는동안 번개와 천둥이 이어지더니 쏟아 붓듯 내리는 강한 빗줄기로 바뀌었습니다. 다시 여정을 계속하여 운두령을 내려오니 이승복기념관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취항으로는 썩 내키지는 않은곳이지만 아이들을 생각해 잠시 들려 가기로 했습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두동강으로 잘라진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었지만 어덯게 설명을 해야 할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우리 어린시절처럼 빨간 늑대를 그려놓고 "무찌르자 공산당" 을 외칠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이승복기념관에서 현석이와 다솜이는 그때의 사건을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을 보고는 무섭다며 눈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이승복이다니던 학교와 학급에 들어가서는 예전의 학교 모습이 신기한 듯 이것저것을 열심히 물어봅니다. 교실 한쪽에 있는 풍금을 눌러 보기도 하였고, 이승복이 앉았던 자리에 앉아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이승복 기념관 견학을 마치고 기념관에서 멀지 않은 "산마을 풍경"으로 찾아갔습니다. 산마을 풍경에 도착하였을 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미리 예약과 입금을 완료했고, 출발 사흘전 예약확인까지 했는데 우리가 늦어져 혹시 안오는 줄 알고 우리가 쓸 방을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적이 없었는데.. 그리고 그동안 괜찮은 민박집이라고 다른분들에게 추천을 했던 곳에서 그런일이 발생하여 참 속이 상했습니다. 우리는 "산마을 풍경"에서 안내하는 대로 찻집에서 차한잔을 마시며 기다려야 했고 40여분이 지나 우리가족은 방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산마을 풍경은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산마을은 아니었습니다. "산마을 풍경" 앞쪽으로 몇채의 집들이 모여 있어 홈페이지에서 느꼈던 뚝 떨어진, 속세와 단절된 듯 한 산골의 호젓함은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숙소에 앉아 있으면 2층 찻집이 마을과 연결되는 앞부분을 가로막고 있고 뒤쪽으로는 산만 보여 산골 마을 분위기가 풍기기도 하는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화로에 숯불을 피우고 돼지고기 구이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는 화로에 모닥불을 피우고, 여행 마지막 밤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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