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아름다운 보길도...(2/3)

예송리, 중리, 통리해변...

그렇게 한가한 시간을 지내고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하려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타지에서, 그것도 먼 섬에서 이런 상황에 처하면 참 황당하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카센터는 있었다. 하지만, 카센터에 전화하니 사장이 완도에 나가 있단다. 다른 카센터 번호를 알려줬다. 그 분 역시 보길도가 아니란다. 배를 타고 들어오는 길이니 기다리란다. 그래도 다행이다.

한 시간쯤 기다리란다. 기다리는 동안 다시 바다를 보았다. 예송리 해변에는 미역이 많았다. 여행객에게 미역을 파는 분들도 많았고 바닷가에 미역을 말리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미역을 따거나, 손질하는 작업을 하는 분도 있었다. 그중 미역 귀만을 따내는 분이 계셨다. 나이 지극한 부부였다. 보기 좋은 풍경이었으나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미역 줄기는 없고 달랑 귀만남은 것을 작업하고 계셨으니... 속으로 "미역 양식을 하시기에는 가난하셔서 다른 사람들이 미역 줄기를 따가고 남은 것을 정리하여 용돈이라도 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그분들께.. 미역 귀에 대해서 잠시 여쭤봤다. 그분들 이야기를 듣고.. 내 선입견이 부끄러웠다.그분들은 남은 것을 다듬은 분들이 아니었다.

미역 줄기를 가져오면 손질하기가 너무 어렵단다. 그리고, 사람을 사면 인건비 떼면 남는게 별루 없단다. 차라리 미역 줄기는 바다에 남겨두고 미역 귀만을 따와서 말리면 그 작업도 쉽고 돈벌이도 괜찮단다. 미역귀가 비싸다더라... 겉모습을 보고, 겉으로 나타난 행동만을 보고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반성 많이 했다.

한 시간이 채 되기 전에 카센터에서 도착했다. 근본적인 원인 규명은 못했지만, 5분쯤 만지고 시동은 걸어줬다. 3만원 이란다. 5분동안 기아 몇 번 뺏다 넣고 시동이 걸렸다. 도시라면 당연히 서비스 품목인데... 견인하면 10만원쯤 드는 일이라 했으니... 시동 건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다음날 같은 증세로 완전 고장 났다. 정비공장에서 10만원 넘게 들었다. 보길도 카센터에서 그 부분을 고쳐 줬어야 했단다.)

예송리에서 차 시동이 걸리지 않는 바람에 2시간 가까이 시간이 지체 되었지만 그래도 고쳤으니 다행이었다. 예송리에서 나와 중리와 통리 해변을 돌아봤다. 그중 통리해변은 1993년 우리가족이 처음 보길도를 찾았을 때 민박을 했던 곳이다. 바다와 바짝 붙어 있는 그 집은 지난 여행때 가장 깨끗한 집이었는데 이번에 보니 많이 낡아 있었다. 손을 꼽아보았다. 10년이 넘었다. 그 사인 그 집은 낡았고 다른 집들은 새로 지어졌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