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산행기

 

언   제

  2005년 8월 5일

어디로

 성판악 - 진달래밭 - 백록담 - 용진각 - 관음사

누구와

 초록별 가족 - 구동관, 이정선,

 

▲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는 안개가 옅었습니다.
ⓒ2005 구동관
제주 바다 풍경을 올린 글을 본 분 중에 안개 속 한라산을 보고 싶다는 말을 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사무실의 동료들에게 제주도를 다녀온 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한라산 산행을 했는지, 날씨가 어땠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한라산 산행을 했고, 한라산에서 자욱한 안개를 만났습니다.

한라산에서 안개를 만났다고 하면, 더욱이 비까지 내리는 날씨였다고 하면 사람들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떠올립니다. 그러고는 즐거운 경험을 했을 거라는 생각들을 하시더군요. 하지만 한라산의 안개와 비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안함이었으며, 공포이기까지 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멋졌지만 그 장면을 찍은 삼순이도 저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 성판악 코스의 중간 지점쯤인 사라약수 입니다. 그곳 이후에는 물나오는 곳이 없어, 물을 꼭 채워가야 합니다.
ⓒ2005 구동관
처음부터 안개와 비를 만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등산을 시작하는 곳에서부터 그런 날씨였다면 아마 입장을 못 했을 것입니다. 새벽 6시 한라산 등산을 시작한 곳은 성판악이었습니다. 바람은 잔잔했고, 옅은 안개가 깔려 있었습니다. 햇볕이 나지 않아 걷기 좋았습니다.

안개가 짙어진 곳은 진달래 밭이었습니다. 해발 1500m쯤의 지점이며 철쭉꽃이 많은 곳입니다. 한라산의 백록담을 뒤로 두고 철쭉꽃이 잘 핀 달력이나 엽서의 경치 사진을 본 적이 있으시다면 그곳이 바로 진달래 밭입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더 이상 등산이나 하산이 어려운 경우 등산객이 피할 수 있는 대피소가 마련된 곳이기도 하지요.

▲ 해발 1,500쯤인 진달래밭 입니다. 한라산 정상을 바라보는 경치가 좋은 곳이지만, 이번 산행에서는 볼수 없었습니다.
ⓒ2005 구동관
안개에 더불어 비까지 만난 곳은 해발 1800m 지점이었습니다. 그곳은 짙은 안개에 몸을 날려 버릴 듯 강한 바람이 불고 비까지 내렸습니다. 저는 그동안 꽤 많은 산을 다녔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지리산은 종주 산행만도 열 번을 넘겼습니다. 산행을 하는 중에 비를 만나기도 했고,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궂은 날씨의 산행에도 그런대로 버티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라산 1800m를 넘어서 정상까지 오르며 만난 날씨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바람이 세찼습니다. 가끔씩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에 몸이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비도 예사 비가 아니었습니다. 빗방울들이 하늘에서 땅으로 세로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따라 가로질러 날아왔습니다. 빗방울들이 거의 수평으로 날아든 것이지요. 그 빗방울에 맞을 때마다 회초리로 맞는 듯 따끔거리며 아팠습니다.

▲ 해발 1,800m 지점 입니다. 비가 거세졌습니다. 바람에 몸이 날라갈것 같았습니다.
ⓒ2005 구동관
서둘러 비옷을 차려 입었습니다. 바람이 워낙 거세 비옷을 입는 것도 힘이 들었습니다. 그쯤에서 산에서 내려오던 한 분이 "바람이 너무 거세서 위험하니 내려가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상이 100m쯤 밖에 남지 않았는데 돌아 설 수는 없었습니다. 바람이 거칠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바람을 피하며 한발짝씩 정상을 향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바람은 정상에서 더 거칠었습니다. 백록담도 온통 안개뿐이었습니다. 정상이 가까워지며 안개는 더욱 진해지고, 빗방울도 커졌기에 백록담을 볼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안개에만 쌓여 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 백록담이 아쉽기는 했습니다. 정상 대피소에 바람을 가리고 초코파이 하나를 먹었습니다. 정말 달콤한 맛이었습니다. 산 정상에서 오래 머물지 못했습니다. 바람이 거세 추위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오래 머물지 못했습니다.

▲ 한라산 동쪽 정상입니다. 삼순이가 초코파이를 먹은 곳이었지요. 바람이 거세 오래 있을 수 없었습니다.
ⓒ2005 구동관
하산 길은 관음사쪽으로 잡았습니다. 그 쪽 등산로가 올라온 길보다 더 거친 길이라고 들었지만 지금까지 올라온 길을 생각할 때 100m쯤만 내려가면 날씨가 좋아질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날씨에 대한 예측은 맞았습니다. 하산을 시작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날이 좋아졌습니다. 안개도 남아 있고, 비도 계속 내렸지만 바람이 잔잔해서 걸을만 했습니다.

▲ 멀리 왕관릉이 보입니다. 왕관처럼 생긴 바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2005 구동관
그리고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해가 났습니다. 용진각을 지날 무렵에는 왕관릉에 환하게 해가 비쳤습니다. 하지만 갠 날씨가 계속 된 것은 아닙니다. 10분이나 20분쯤마다 비가 오고, 다시 개며 정말 변화 많은 날씨를 보여 주었습니다. 한라산의 날씨가 변덕이 심하다고는 많이 들었지만 겪어보니 정말 대단했습니다.

▲ 용진각으로 향하는 길에 가끔씩 해가 비쳤습니다. 그런때는 한라산 능선이 휜히 보이기도 했습니다.
ⓒ2005 구동관
오후 3시. 한라산 산행은 모두 끝이 났습니다. 대략 9시간쯤 걸린 셈입니다. 한라산을 꿈꿀 때, 진달래 밭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정상의 모습이나 백록담을 생각했습니다. 한라산 정상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멋질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치는 보지 못해 조금은 아쉽기도 합니다. 물론 안개와 빗속 경치가 못마땅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 용진각 대피소로 향하는 등산객들입니다. 멀리 한라산 정산이 안개에 싸여 있습니다.
ⓒ2005 구동관
그래도 이번 한라산 산행에서 느낀 것은 많습니다. 느낀 것들을 하나씩 글로 써서 펼쳐 보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신비감을 많이 느꼈고, 자연에 대한 두려움도 생각하게 한 산행이었습니다. 한라산 산행을 다녀 온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래도 그때 만난 안개와 빗줄기가 눈에 선합니다.
성판악에서 진달래밭을 거쳐 백록담으로 오르는 길은 한라산 등산로 중에 가장 완만한 편입니다. 총길이 9.6km입니다.

하산길로 잡은 관음사 길은 9.3km입니다.
경사가 가파르지만 경치가 좋은 곳입니다.
지금 정상까지 연결된 곳은 성판악과 관음사 두곳 뿐입니다.

각 코스별로 입장 제한 시간이 있습니다.
성판악 코스의 경우 진달래밭을 13:00(하절기)까지는 통과해야
정상 등산이 가능합니다.
봄, 가을에는 12:30분, 겨울에는 12:00까지 통과해야 합니다.

관음사 코스로 등산을 할 경우에는
관음사 매표소를 09:00까지는 통과해야 합니다.
봄, 가을에는 09:30분, 겨울에는 09:00까지 통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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