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여행...(2/3)

분황사, 석굴암, 불국사...

분황사를 둘러보고, 황룡사지를 돌아보았다. 분황사는 돌을 벽돌처럼 만들어 쌓은 탑이다. 다른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모습이라서 다솜이가 신기한 듯 한참을 바라보았다. 황룡사지는 분황사에 바로 연결되어 있다. 좁은 길을 따라 황룡사로 향할 때,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채소밭의 푸른 배추들이 붉은 노을과 어울려 이국적인 풍경처럼 보였다.

황룡사까지 돌아보고 숙소로 들어가기로 했다. 안압지의 야경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추위를 한껏 머금은 바람 때문에 자꾸 옷깃을 여며야했다. 더 돌아다니면, 어설픈 바람에 감기 들기가 쉬울 것 같았다. 일찍 들어가서 가족들이 오붓한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숙소 가까운 곳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경주 명물이라는 경주빵과 맥주와 음료수를 샀다.

숙소에서는 바로 파티를 준비했다. 말이 파티지 차린 것이라고는 맥주 두캔과 음료수 두병, 그리고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위해 준비한 작은 기념 케익 하나가 전부였다. 그래도 가족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왔다는 것만으로 좋았다. 행복은 물질로 채우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채우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불을 모두 끄고, 케익에 촛불을 켰다. 작은 촛불로도 어둠이 한 발짝씩 물러섰다. 촛불로 환해진 자리에 포근함이 가득했다. 가족이 한마디씩 이야기를 했다. 나는 15년전의 기억이 새롭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내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도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을 행복하다는 말을 했다. 차린 것이 없는 조촐한 파티였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정이 다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일요일 아침,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둘째 날의 여행을 시작했다. 가을이 가득한 토함산에 들려 석굴암을 보며 신라의 미소를 느꼈고, 불국사에서 석가탑, 다보탑을 만나며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멋진 예술가들 이었는지 생각을 했다. 특히, 그 두 곳은 신혼여행의 추억이 많은 곳이었다. “아빠, 엄마가 여기서 이렇게 사진을 찍었었어...” 멀리 동해바다가 바라보이는 석굴암 앞에서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럼 이번에는 우리도 함께 찍어... 그리고 사진이 나오면 아빠, 엄마 사진이랑 비교해 봐야겠다...” 아이들도 환하게 웃으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두 곳을 돌아보니,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다. 점심은 박물관을 찾아가는 길에 발견한 천원짜리 칼국수집에서 했다. 수육 한접시도 5천원 이었다. 단돈 천원이라는 것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지만 솔잎 향이 가득한 칼국수는 맛도 좋았다. 현석이와 다솜이는 맛이 좋다며 칼국수 면은 물론 국물까지도 모두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