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노닐던 선유도...(2/2)

선유도를 돌아보며... 

우리가 배에서 내린 곳은 객선이 내리는 선착장에서 도보로 20분쯤 떨어진 곳으로,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었다. 인심이 넉넉할 것 같은 마을에서 선착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고갯길에 선유대교가 놓여 있었다. 선유도에서 무녀도로 연결되는 다리였다. 차량이 이동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오토바이 정도는 충분히 이동이 가능한 넓이였다.

그 길을 지나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유람선을 타고 온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여객선을 타고 온 사람들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쯤 체류 시간을 주기 때문에 마음들이 바빠 보였다. 그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 자전거 대여점을 찾았다.

자전거를 빌렸다. 2인용 1대에 1인용2대. 아이들은 각자의 자전거로 나와 아내는 2인용 자전거로 섬 여행을 시작했다. 명사십리로 유명한 선유도 해변을 거쳐 해발 152m의 나지막한 바위 봉우리지만 위엄을 갖고 서 있는 망주봉을 지났다.

망주봉 아래쪽, 선유도 선착장이 바라 보이는 곳에서 잠시 휴식 한 뒤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아 도착한 곳이 전월리 갈대밭. 넓은 밭 전체가 갈대밭이고, 그 가운데로 반듯한 길이 쭉 뻗어 있다. 자전거로 그 길을 달리는 맛이 상쾌했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한 시간을 넘겼다. 슬슬 배가 고파진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타고 오는 배에서 선장께 물어 알아 두었던 식당을 찾아갔다. 낙지 한 접시에 우럭 매운탕으로 식사를 했다. 낙지는 정말 싱싱하고 맛있었다. 입 천장에 척척 달라붙는 폼이 육지의 그 맛과 달랐다.

점심식사를 하고나니 집에 갈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들어올때는 정 배가 없으면 객선을 타고 군산으로 나갈 생각을 했지만, 그렇게 군산으로 나가도 차를 주차 시켜둔 신시도까지 가려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어떻게든 신시도로 나가야 했다.

몇 곳에 물었으나 신시도로 나가는 배를 구하지 못했다. 낚시 손님들이 아직 남았을지 모르니 처음 도착한 선유2리로 가보란다. 그곳에 가서 신시도 나갈 배를 물어 보았다. 섬 주민중 한분이 낚시배 하는 집 한곳을 알려주었다. 혹시 나갈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곳에 가 보니 오전에 우리를 태워준 선장이다.

“낚시배는 다 나갔는디 어떻한데요...” 인심 좋은 선장은 우리 가족보다 더 난감한 표정으로 걱정을 해주셨다. “대절 배로라도 나가야지요. 작은 배는 좀 싼가요?” 뱃삯은 대략 10만원정도로 작든 크든 다 같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오전에 우리가 타고 온 배로 신시도로 나가기로 했다. “데려온 책임이 있으니 2만원은 뻬줘야겠구만...”

그 배를 타고 신시도로 나왔다. 대절 배를 탄 느낌은 여객선의 느낌과는 또 다르다. 버스  탈 때와 택시 탈 때의 느낌 정도라고 할까? 아니면 그보다 좀 더 특별한 그런 느낌 정도. 아무튼 왕복 뱃삯은 9만원인 셈이다. 객선의 왕복 요금을 따져본다면 대절 배를 타고도 비슷하게 든 셈이다.

그렇게 선유도 여행은 끝이 났다. 무작정 떠나서 낚시 배를 얻어 타고 들어가고, 나오는 배를 구하지 못해 대절배로 나오고... 그래도 인심 좋은 선장을 만나 편안하게 다녀온 셈이다. 여행을 하면서 멋진 경치를 만나는 일보다 마음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이번 여행처럼...

나이를 먹어 가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