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꿈꾸는 제주여행... (3/7)

  절부암에서 잠시 쉬고 난 뒤 우리가 찾은 곳은 수월봉입니다.
수월봉은 한경면 고산리 해안에 바다로 돌출한 해발 77m의 작은 봉우리입니다. 바다쪽으로는 깍아지른 절벽이며, 앞쪽으로는 멀리 한라산의 전망이 아주 좋습니다. 더 좋은 것은 이런 좋은 전망이 있는 곳인데도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수월봉은 '엉알'이라고도 하는데 바위벼랑 곳곳에서는 샘물이 솟아나서 약수터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특히 이곳에는 수월이와 녹고 두남매의 슬픈 전설이 전해 집니다. 옛날 수월이와 녹고 두 남매는 홀어머니를 봉양하며 의좋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앓게 되자 특효약을 찾아 이곳 절벽으로 왔다가 수월이가 힘에 부쳐 떨어져버리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이 수월봉의 녹고물은 동생을 잃은 녹고의 눈물이라고 하며 예로부터 이곳을 '녹고물오름' 또는 '물나리오름'이라 하는 것도 이 전설에서 나온 것이랍니다.아이들과 전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수월봉 전망대에서 검 푸른 바다 풍경도 보고, 멀리 있는 한라산의 아름다운 모습도 보았습니다.

수월봉에서 내려와 가까운 식당을 찾았습니다. 수월봉이 외지의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니어서인지 적당한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한경면 소재지의 한 식당에서 해물 뚝배기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관광객을 위해 식당이 아닌 이유로 가격이 저렴해서 더욱 좋았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해안도로를 따라 송악산에 갔습니다.
송악산은 지난 여행에서 마라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을 타기 위해 들렀던 곳입니다. 그때가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송악산에 오르는 것은 미뤄두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들러볼 시간이 있었습니다.

송악산으로 찾아가는 길을 잠시 잘못 들어 송악산 뒤쪽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다른곳에서 보지 못했던 창고 비슷한 것들이 여러개 모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언뜻 비행장의 흔적처럼 생각이 되었는데, 제주를 다녀와 자료를 정리하면서 그곳이 제2차 대전 막바지에 일본군이 방어진지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알뜨르 비행장 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건물은 격납고 였습니다.

헤메던 길에서는 밭에서 일하는 농부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송악산으로 갈수 있었습니다. 송악산에서는 차를 타고 오른쪽 해안절벽 위에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바람이 좀 거셌지만 정상의 전망은 아주 좋았습니다. 파란 바다도 좋았고, 멀리 보이는 마라도, 가파도도 아름다움입니다. 형제섬도 보였고, 이름을 잘 모르는 몇 개의 다른 섬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절벽 밑으로 계단이 되어 있어 바닷가로 내려갈 수 있었지만 바람이 꽤 거센탓에 바다 쪽으로 내려가는 것은 생략하였습니다.

송악산을 돌아나오며 멀리서 그 절벽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잠시 있었습니다. 그때 볼수 있었던 것은 아름다운 절벽에 남아 있는 많은 인공 동굴 들입니다. 언뜻 보면 자연동굴처럼 보이는 이 동굴들이 사실은 일제 시대 막바지에 어뢰정 기지와 방공호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송악산은 아름다운 풍경속에 많은 제주의 아픔을 함께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