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과 외도 여행...(3/4)

해금강과 외도...

한 시간쯤 유적지를 돌아보고 밖으로 나오니 날이 더 맑아졌다. 문득 배편이 궁금해졌다. 배를 이용하기로 미리 생각했던 도장포 유람선으로 전화를 했다. 오후 4시나 되어야 배를 탈수 있단다. 잘못하면 외도에 들어가지 못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족이야 한번 다녀온 곳이니 정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 포기할 수도 있지만, 바위돌 가족은 5년만의 여행이란다. 더욱이 그 집 막내 종원이는 배를 타 본 적이 한번도 없단다. 종원이는 어제부터 배를 언제 타냐고 물었었다.

서둘러 이곳, 저곳 유람선 매표소에 전화를 했다. 거제에서는 외도로 들어가는 유람선이 여러곳에서 운행된다. 해금강, 도장포, 학동, 와현, 구조라, 장승포... 전화를 해서 배타는 시간이 가장 이른 “와현”으로 유람선 타는 곳을 바꿨다. 그곳에서 5분만에 승선 수속을 마치고 배에 올랐다. 오후 1시를 지나고 있었다.

배는 여유롭게 남해를 헤치고 나갔다. 우선 해금강을 들릴거란다. 안내가 끝나고 음악소리가 커졌다. 배 앞쪽의 공간을 무료 나이트로 개방한단다. 단체 여행객중 몇 명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그런 모습이 낮설은 현석이와 영진이가 배를 잡고 웃어댄다. 난 확실히 나이를 먹었다. 그 풍경이 자연스럽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배 밖으로 나가 있었다. 어제부터 배타는 것을 기다렸던 종원이는 뭐가 그리 신날까? 펄쩍펄쩍 뛰면서 바다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20분쯤 지나 해금강에 접근했다. 파도가 높아 십자바위에는 들어가지 못한단다. 그전 여행에서 두 번쯤 십자 바위에 들어가 봤다. 사실 들어가 봐도 겉에서 보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도 들어가지 못한다니 아쉽다.

완전 순광도, 완전 역광도 아닌 빛의 상태... 그 빛에 나무들의 윤관이 또렷하다. 해금강의 바위들이 전보다 더 아름답다. 날씨에 따라, 그곳을 보는 시간에 따라 참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탄 배는 해금강을 한바퀴 돌아보고 외도로 향했다. 10분쯤 배를 달려 외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입장권을 끊고 본격적인 외도 여행에 나섰다.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보았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그동안 복구가 거의 다 된 듯 했다. 예전처럼 섬의 나무들은 육지의 그것들보다 더 반짝이며 여행객을 맞고 있었다. 현석이는 어렴풋이 벌써 4년이 흘러버린 지난 여행을 떠올렸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왔었던 다솜이는 지난 기억에서 외도 여행의 흔적을 잘 되살리지 못했다.

길을 거슬러 오르며 나무들을 만났다. 반짝이는 풀들도 만났다. 환하게 펴 있는 꽃들도 만났다. 열대 야자수를 만났다. 숨이 가빠온다. 잠시 멈춰섰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사 먹었다. 다시 길을 걸었다. 꽤 둥치 큰 선인장을 만났다. 아름다운 조각들이 식물들 사이에 서있다. 지난 여행에서 현석이는 조금 이상한 모양의 조각상이 나타나면 “저질”이라며 눈을 감곤 했엇다. 웃음이 흘러 나왔다.

문득 가던 길을 멈춰 뒤돌아 섰다.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푸르디 푸른 바다... 그 바라를 배경으로 외도는 더 멋진 모습이 되었다. 경치 좋은 몇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지난번 사진을 찍은 곳들과 비슷하다. 아내는 장미꽃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지난 태풍에서 큰 피해를 본 것 같다.

다시 섬을 올랐다. 전망대까지 서너 걸음 걷고, 뒤돌아 바다를 보고... 섬 일주에 주어진 시간은 고작 1시간 30분이다. 경치만을 눈과 카메라에 담아가기에는 부족하지 않지만, 마음으로 그 풍경들을 담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하긴 짧은 시간의 여행이라 아쉬움이 더 크고, 그래서 외도가 더 오래 기억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전망대에 도착했다. 외도에서 바다 경치가 가장 멋진 곳이다. 그곳에서 바다를 보았다. 그곳에서는 바다를 보고 있으라면, 한나절쯤... 아니 하루쯤이라도 질리지 않고 바다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은 500원 동전을 넣고 망원경으로 더 먼 바다를 본다. 망원경으로 보는 경치는 먼 섬을 보기에는 적당하지만, 바다를 보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망원경으로 보는 바다는 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