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 진동계곡과 운두령...2001 여름 여행 (4/4)

4. 망상해수욕장에서 물놀이...

여행마지막 날입니다. 간간히 비가 내렸지만 파란하늘이 언뜻언뜻 비춰지는 것으로 봐서 날이 개일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날의 일정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대관령목장을 들렀다가 대전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대관령목장으로 전화를 해보니 구제역 때문에 견학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할수 없이 우리는 일정을 변경해야 했습니다.

어디로 갈것인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동해에 가기로 했습니다. 동해바다에서 마지막 물놀이를 즐기고 대전으로 돌아가기로 한것이지요. 우리가 묵었던 "산마을 풍경"에서 강릉까지 도로가 막히지 않는다면 한시간이면 족할 거리였습니다. 동해로 향하는 길은 대관령을 내려가면서부터 정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정체는 대관령에서 강릉쪽으로 10km 이상 계속되었지만 그리 심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강릉에 거의 도착할때까지 동해바다의 어느해변으로 갈것인지 결정하지 못했었습니다. 거리로 따지면 경포대나 정동진쪽이 가깝지만 그곳은 여러번 갔던곳이라 그동안 가보지 않은 곳을 찾기로 했습니다. 집사람과 상의하면서 "망상해변"을 생각했습니다. 집사람과 써클활동을 하면서 한번 들렸던곳이었는데 그때 해수욕을 하지는 못했던 아련한 기억을 서로 찾아 냈습니다.

강릉에서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망상으로 가면서 11시를 좀 넘긴 시간에 동해휴게소에서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해변에 도착 하고나면 식사 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을 테고 식당을 잘못 고르면 음식값 아깝다는 생각이 나는곳도 있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식은 기본을 갖춘 상태여서 맛도 좋은 편이니까요. 그리고 해변에서 식사를 하면 소화될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것도 아까웠고요.

점심을 마치고 망상해변으로 찾아가니 바다냄새가 물씬 풍겨나옵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며 가져온 그늘막 텐트를 칠때 자릿세 받는지 물어보니 자릿세 받는곳은 없고 파라솔이 필요하면 무료로 빌려주는곳이 있으니 빌려쓰라고 했습니다. 참, 세월 많이 좋아 졌습니다. 동해안으로 올때면 그놈의 자릿세 때문에 실강이를 한적이 많았는데, 자릿세를 받기는커녕 파라솔까지 무료 임대라니...

우리는 해변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무료로 임대해주는 망상 해안경찰서 민원실에서 파라솔 하나를 빌렸습니다. 바닷가는 달궈진 모래로 무척 뜨거웠지만 파라솔을 펴고 자리를 마련하니 선선해 졌습니다. 아이들은 금새 바닷속으로 달려들어 물놀이입니다.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바를 새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어간 녀석들을 하나씩 불러내 썬크림을 발라주고 놀도록 어른들의 이마에 담이 맺힙니다. 아빠도 바닷속으로 뛰어가 현석이 다솜이와 파도타기를 하며 즐거워 했습니다. 파도가 꽤 높은 편이어서 튜브에 몸을 싫고 파도타기를 하다보니 어지럼증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두어시간 놀다보니 힘이 빠져 쉬고 싶어졌는데, 쉬러나가는 길에 바닷속에서 조개를 보았습니다. 꽤 커다란 조개들도 가끔 눈에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우리가족은 물놀이를 미뤄두고  조개잡기만 열중이었습니다. 파도가 칠 때마다 밀어내는 모래를 잘 살펴보면 조개들이 눈에 띄곤 했습니다.  반시간동안 서른개정도의 조개를 잡았습니다. 잡은 조개는 집으로 가져가 조개 미역국을 끓여먹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수영을 즐기고, 조개잡이를 즐기다보니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망상에서 대전까지는 5시간 정도 운전을 해야 합니다. 실컷 놀은 현석이와 다솜이도 돌아가는데 반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족은 그곳 샤워장에서 샤워를 마치고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3시간 56분동안 망상에 머물러 있어 주차요금은 4,000원이 청구되었습니다. 우리는 동해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중부와 경부 호남고속도로를 갈아타며 유성으로 돌아와 2001여름 강원도 여행을 마무리 했습니다.

<에필로그>

시계를 가져가지 않았던 여행.

꼭 필요하지만 가끔은 사람을 구속하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시계도 그런 물건의 한가지입니다.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만든 시계는 사람을 구속하는 가장 대표적인 물건입니다. 아침이 일곱시가 되면 일어나야 하고, 여덟시반까지는 출근을 해야하고, 12시에는 점심을 먹어야하고 여섯시에는 일을 끝내야 합니다. 밤 여덟시에는 저녁밥을 먹어야 하고, 밤 열두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시간을 알아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하려고 만들어진 시계는 이렇게 늘 인간을 구속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족은 시계를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자동차나, 민박집의 현관 등 여러곳에 시계가 있어 완전히 시계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손목에 차고 다니는 시계가 없는 것만으로도 한가한 마음을 갖을 수 있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시계가 없다면 불편한 점이 많을테지만 가끔은 시계가 없는 시간을 갖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시간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도 어쩌면 이번 여행을 "바람처럼 다녀오기" 위한 기본이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