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가릿대마을 체험...(2/4)

2. 연만들기, 달집태우기...

저녁식사를 마치고 우리가족도 연을 만들었다.
하얀 창호지에 대나무 살을 붙이고 꼬리를 달았다. 완성된 연을 먼저 아빠가 날려봤다. 바람이 없어 연 날리기가 어려웠지만 다행히 균형은 맞았다. 아이들이 연을 잡고 달렸다. 달리는 동안 제법 날며 솟아오르던 연이 달리기를 멈추면 바로 곤두박질이다. 그래도 즐거운지 연과 함께 달리고 멈추기를 계속했다.

잦은 곤두박질로 연이 망가지고 있을 때 달집태우기를 시작한다는 안내에 따라 달집 주위로 모였다. 그곳에서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몇가지 동작을 배웠다. 달타령에 맞춰 하는 발동작이며, 강강술래를 응용한 덕석몰이와 문열기 등이었는데, 이 놀이들은 달집태우기를 하면서 즐길 놀이였다.

드디어 본격적인 달집태우기,
구름으로 흐린 하늘에 부연 빛이 보였다. 아마 달이 뜨고 있나보다. 우선 신나는 풍물이 달집 주변을 몇바퀴 맴 돌며 분위기를 고조 시켰다. 그리고 마을 주민 중 가장 연장자분께서 달집에 점화를 하였다. 불길이 솟구치고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주민들과 여행객모두 큰 함성을 질러댔다. 달집을 태울 때 연기가 많으면 풍년이 든다고 했다던데, 까만 연기가 회오리치듯 하늘로 오르는 모습을 보니 올 농사는 풍년이 들 것 같았다.

달집을 태울 때 달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 달을 보며 여행객들과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달타령도 함께 하고, 강강술래로 했다. 덕석몰이를 하며 달팽이 모양을 만들기도 했고, 대문을 만들고 통과 하는것도 재미 있었다. 달집의 불길이 환하게 타오르는 절정의 시간에는 마을주민들과 관광객이 함게 어울려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다.

3. 쥐불놀이, 밥 훔쳐먹기...

달집의 불길이 잦아들 때, 홰에 불을 붙였다. 억새로 만든 홰는 제법 밝은 빛을 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불빛이 죽어 갔다. 쥐불놀이를 하듯 홰를 돌리니 다시 환한 빛으로 살아나곤 했다. 옛날에 만들어 즐겼다는 홰를 체험한 뒤 본격적인 깡통 돌리기를 했다. 진행팀에서는  안전에 무척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고, 세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다.

우리가족도 깡통에 나무를 채우고 불을 붙여 논 한쪽으로 이동한 뒤 돌리기 시작했다. 현석이는 제법 근사한 모양으로 쥐불놀이를 했다. 아직 깡통을 돌리기에 서툰 다솜이는 깡통을 이리저리 흔들기만 했다. 쥐불놀이의 절정은 깡통던지기였는데, 모든 사람들이 하기에는 위험하다고 생각한 진행팀에서는 참가자중 세명만이 시범적으로 깡통 던지기를 하도록 했다. 세명이 던진 불깡통은 불꽃놀이처럼 하늘로 솟아올랐다.

쥐불놀이를 마친 참가자들에게 기다리고 있는 프로그램은 "밥홈쳐먹기" 였다.  두가족이 한팀이 되어 마을주민이 안내한 집으로 가서 밥 훔쳐먹기를 시작했다. 대보름날의 전통놀이중 하나인 밥훔쳐먹기는 옛날 머슴들이 일을 하면서 배가 고플 때 주인집 부엌에서 밥을 훔쳐 먹었던것에서 유래했다. 현석이와 다솜이는 다른집에서 무엇인가를 훔쳐먹는다는 것에 무척 흥미를 느끼는 듯 했다.

우리 팀은 마을 주민이 안내한 곳으로 밥을 훔쳐먹기위해 살금살금 들어갔다. 그런데 대문에 주인집 아주머니가 나와 계셨다. "어서들 와유..." 아주머니의 쑥스러운 인사다. "아주머니 밥 훔쳐먹으러 온 사람들을 이렇게 반기면 어떻게 한 대요?"  우리 일행이 이렇게 이야기 하자 아주머니는 한술 더 떠 "요즘 부뚜막이 없어서 밥 훔쳐먹기가 쉽나유. 밥은 방안 밥통에 있어유..." 방에 가보니 상까지 차려있었다.

훔쳐먹으러 간 집에서 환대를 받으며 우리 일행이 막 밥을 먹으려 할 때, 방으로 들어오지 않으려는 어린이가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훔쳐먹는 것은 나쁜일이라며 한사코  들어오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긴 했지만 우리는 모두 한바탕 웃을수 있었다. 그 아이에게 놀이로 이해시키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려야만 할 듯 했다.

밥 훔쳐먹기까기 마치고 첫째날 일정은 모두 마무리 되었다.
우리는 배정 받은 농가로 이동하여 숙박을 하였다.
농가에서는 마치 도시에 나가 있는 자녀들이 온 듯 반가운 마음으로 우리 애들을 맞아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