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볏가릿대 마을(염전체험, 마늘수확, 솟대세우기 등)...(3/6)

4. 오쟁이 만들기...

날이 좋다. 맑은 하늘은 아니지만 적당한 구름이 있다. 땡볕보다는 이런 날이 체험행사에 참여하기는 더 좋다. 다음날부터 긴 장마가 예보되어 있었지만 하늘에서는 장마의 그림자를 아직 찾을 수 없었다. 지난번 대보름 행사때도 날이 좋았었는데, 볏가릿대 마을의 체험은 날을 아주 잘 잡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날의 첫 체험은 "소원을 담은 오쟁이 만들기"와 "부잣집 흙 퍼담기" 였다. 우선 두 개의 오쟁이를 만들었다. 그중 한 개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넣었다. 소원 담은 오쟁이는 볏가릿대를 세우고 매달 것이란다. 또 한 개의 오쟁이에는 부잣집 흙을 담았다. 부잣집 흙 퍼담기는 전래 풍습인 "복토 훔치기"를 현대에 맞도록 적용시킨 것이다.

풍습에 의하면 대보름 전날인 열나흗날 밤에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 몰래 부잣집 마당의 흙을 훔쳐다가 자기집의 부뚜막에 발랐다고 한다. 이것은 부잣집의 흙을 훔쳐옴으로써 그 집의 복이 따라와서 자기는 부자가 되고 흙은 도둑맞은 집은 가난해 진다고 믿었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가난한 사람을 흙을 훔치려고 했고, 부자들은 훔쳐가지 못하도록 집을 지켰다고 한다.

전통 풍습이 "복토 훔치기"인데 행사의 이름을 "부잣집 흙 퍼담기"로 정한 것은 지난번 대보름 행사때 있었던 해프닝 때문은 아니었을까? 지난 대보름 체험 프로그램중에 대보름의 전통풍습이었던 "보름밥 훔쳐먹기"가 있었다. 그날  네 가족이 함께 참여하여 "밥 훔쳐먹기"를 하였는데, 그중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 한 명이 한사코 밥을 먹을 수 없다고 버티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훔쳐먹는 것은 나쁜 일이어서 할 수 없다고 했다. 체험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한바탕 웃었지만,  아이가 그 프로그램을 이해하는데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고 생각을 했었다. 이번 프로그램 역시 프로그램 이름이 "부잣집 흙 훔치기"였다면 그런 어린이가 또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 혼자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