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일출과 다랭이마을...(4/4)

4. 다랭이 마을...

송정해변을 나와 가천마을로 갔다. 다랭이 마을로도 불리는 그곳은 바다와 접해 있으면서도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더욱이 100층이나 되는 다랭이 논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이다. 작은 논들중에 삿갓으로 덮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라 하여 이름 붙여진 삿갓배미는 정말 손 바닥만하다.

지난 봄 나만 혼자 들렸었던 곳인데, 특별한 느낌이 있는 곳이어서 가족이 함께 들릴 생각을 해 두었었다. 마을로 들어서는 길, 할머니 두분이 생선을 다듬어 말리고 있었다. 생선 이름이 물텀벙이란다. 처음 듣는 이름이다. 뒤에 자료를 정리하며 알아낸 이름은 꼼치, 하지만 물텀벙이나 바다메기로 부르는 곳이 많단다. 가까이 있는 미조항에서 구입해 와서 볕 좋은 다랭이 마을에서 말려 꽤 짭짤한 소득이 된단다.

아이들과 마을로 들어갔다. 길이 가파르다. 더욱이 골목도 좁아 꼭 도시의 달동네 같다. 길을 따라가면 구멍가게 하나가 나오고, 그곳을 지나치니 음력 시월 보름에 한지에 밥을 싸서 제를 지내 마을의 안녕을 비는 밥무덤도 나온다. 조금 더 내려가면 암수 바위. 경상남도 민속자료 제13호로 지정되어 있는 그 바위는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미륵불로도 불린다. 그곳에서 아들을 소망하는 치성을 드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미륵불을 보고나니 앞쪽으로 남해바다다. 좁은 길을 따라 바다로 갔다. 바위 절벽에 오르는 길이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서 보는 남해의 경치가 아름답다. 한참동안 그곳 경치를 보다가 어딘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떠올린 곳이 부산의 태종대. 그곳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절벽에서 내려와 바다로 갔다. 아이들은 늘 그렇듯 바다에 돌 던지기, 물수제비뜨기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던진 돌이 풍덩 소리를 바닷속으로 빠진다. 물소리가 차갑지 않다. 봄이 멀지 않았으리라.

다랭이 마을에서 나와 미조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늦은 점심을 하고, 창선대교 아래의 죽방렴도 들렸다. 대나무 독살인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 지족해협이다. 센 물살을 이용해 왜구를 물리쳤던 진도의 울돌목 만큼이나 물살이 센곳이다.

죽방렴은 그 센 물살을 이용하여 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것이다. 힘 안들이고 잡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렇게 잡은 고기는 비늘하나 다치지 않아 최상품의 값을 받을 수 있단다. 우리가족의 여행은 죽방렴을 보는 것으로 모두 끝이 났다. 창선도와 사천을 잇는 연육교로 되돌아 나온 뒤 대전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