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 오르다...
|
|
점심을 마치고 국립박물관을 찾아갔다. 박물관에서 다솜이는 그동안 보고 싶었던 에밀레종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커다란 종 모양도 멋이 있지만 종소리가 정말 아름답다고 알려진 종이다. 아쉬운 것은 종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다는 점. 하지만, 매 시간마다 녹음된 소리를 들려주고 있어, 다솜이는 녹음되어 있는 그 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행복해 했다.
|
|
국립 박물관에서 나와 안압지를 찾았다. 아이들은 제 용돈으로 안압지 못속의 잉어에게 줄 먹이를 샀다. “치사한, 녀석들... 잉어 밥을 사느니 아빠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사주지...” “어휴, 아이들이 치사한 게 아니고, 아빠가 더 치사하네...” 잉어밥을 산 아이들을 트집 잡는 나에게 아내가 한마디를 던졌다. 우리 대화를 듣던 주변의 사람들이 함께 웃었다. 이런 것도 가족이 함께 나선 길에서의 행복이다.
|
|
안압지를 돌아보니, 하루 해가 다 저물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안압지에서 고속도로 진입로까지 차가 막혔다. 다른 때 같으면 차량 정체에 짜증이 앞서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가족들과 함께 떠나온 여행의 이틀이 행복했기 때문에 차량의 정체마저도 큰 짜증이 아니었다. 물론, 이틀 동안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지난 15년의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었을 뿐이다. 그래도 행복했다.
|
|
문득, 지난 시절 내가 부모님들과 함께 했던 가족 여행 생각이 났다. 가족 여행이란 단어조차 생소했던 그때, 딱 한번 가족들이 모두 함께 여행을 했었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대천 해수욕장에서 하루를 보냈었다. 해수욕장까지 가는 길도 기차와 시내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야했다. 해수욕장에서는 자동차 타이어 안에 들어있던 까만색 튜브에 바람을 넣었던 것을 빌려 물놀이를 했었다. 자외선 차단제도 없던 시절이어서 물놀이로 등이 뻘겋게 타서 며칠 고생을 하기도 했었다. 힘든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짧은 여행은 내 인생의 행복 했던 시간을 떠올릴 때마다 늘 떠오르는 기억이었다.
이번 여행도, 먼 훗날 아이들의 기억에 행복으로 기억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내가 어렸을때 떠났던 여행을 행복한 기억으로 떠 올리며 아이들과 여행을 나서듯,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다. 커서 그들이 꾸민 가족의 테두리에서 함께 길을 떠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