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굴사를 거쳐 감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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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행이 참 게을러졌다.
둘째날 기상은 7시 30분. 온천욕을 즐기고 식사를 하니 10시가 됐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여러 일정을 소화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는 것도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는 중인 셈이다.
그렇게 느긋하게 시작한 첫 번째 일정은 골굴사. 6세기 무렵 서역에서 온 광유성인 일행이 조성한 인공 석굴사원이다. 석회암 절벽을 깍아 만든 12개의 석굴 사원은 한국의 둔황 석굴로도 불리고 있는데,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마애여래좌상은 보물 제581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불가에서 전해 오는 전통무술인 선무도 수련장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전국과 해외에 모두 20여개의 지원 및 지부를 두고 있는 선무도의 본원이 골굴사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국내 일반인뿐만 아니라 선무도를 배우는 외국인 스님들의 모습도 가끔 볼 수 있었다.
골굴사를 빠져나와 감포로 향했다.
감은사지와 대왕암이 다음 일정이다. 감은사로 향하는 길은 언제 만나도 아름다운 경치다. 그리 높지도 않은 산에 깊은 계곡이 언뜻언뜻 비춰진다. 물길이 메말라 있는 봄 풍경 인데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감은사에 도착했다.
거대함이 느껴지던 예전의 느낌과 다르다. 두개의 탑 중에 한 개의 탑이 공사중이었기 때문이다. 복수의 풍족함에 대비되는 단수의 허전함이다. 아이들은 탑보다 꽃에 더 눈이 가나보다. 토끼풀 꽃으로 반지를 만들었다. 나도 꽃 몇 개를 따서 작은 꽃다발을 만들었다. 탑 한개의 빈자리를 토끼풀 꽃 몇송이가 금방 채웠다.
감은사를 빠져나와 감포 해변으로 갔다.
대왕암이 바라보이는 해변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은 바닷물에서 물놀이를 시작했다. 늘 하는 놀이... 바다에 돌을 던져넣는 가장 단순한 놀이... 그래도 돌맹이 하나마다 밀려오는 파도만큼 웃음소리가 환하게 퍼진다. 사소한 것으로도 자주 다투지만 그래도 행복한 남매 사이다.
자리를 펴고 우산 하나로 햇빛을 가렸다.
여름 같다. 하긴 바다에는 벌써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바람까지 살랑불어 낮잠 자기 좋은 시간이다. 현석이가 작은 우산속으로 파고 들었다. 혼자 남은 다솜이가 심심하다고 오빠를 부른다. 대신 아빠가 나갔다. 신발을 벗고, 양말까지 벗은 뒤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다솜이도 따라서 발을 담갔다. 바닷물은 아직 차디차다. 수영하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